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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로마테라피 Aromatherapy

향수의 숨은 뜻

                          향수의 숨은 뜻

 

 

 

 로마제국의 몰락으로부터 르네상스 시대에 이르는 동안 향료 제조업은 아랍인들의 손으로

넘어갔다. 불리기, 냉침, 증류기술이 발달해 있었던 중동에서 식물을 불리고 압착하고 끓여서

향을 추출하는 기술이 확립되었다. 또한 세 단계의 향수 조합법이 자리를 잡은 것도 중동에서였다.

성공적으로 새로운 향료를 만들어 내려면 ‘탑노트(top note)가 필요하다. 이것은 목련, 등나무,

난초 등의 꽃에서 나오는 성적인 분비물로부터 얻어진다. 이 분비물에는 수분 곤충을 유인하는

 에센셜오일이 포함되어 있는데, 대부분 수분곤충의 성적 유인물을 흉내 낸 것이다. 꿀벌같은 일부 곤충들은 역으로 식물을 복사해서 꽃의 향을 자신의 호르몬 전구물질로서 사용하기도 한다.

이는 상호의존의 좋은 예라 하겠다.

 향료의 ‘미들노트(middle note)' 갈바눔, 프랑킨센즈, 몰약(미르)과 같은 전통적인 수지(resin)로 부터 얻어진다. 이들은, 그 이유는 모르겠지만, 포유동물의 성호르몬과 유사하다.

향료를 고정시키는 것으로 추정되는 ’베이스 노트(Base note)'역시 포유류의 페로몬과 매우 흡사한데, 이것은 사향고양이, 비버, 사향노루의 성 분비물로부터 추출한다. 여기에는 확실히 소변냄새나 경우에 따라 대변 냄새가 포함되어있다.

 간단히 말하면, 인간에게 호소하는 향수를 만들려면, 기본적인 방법으로 돌아가서 나방, 목련, 방풍나물, 돼지 등의 짝짓기를 할 때 효과를 발휘하는 물질들을 혼합해야한다. 우리가, 역시 이유는

모르겠지만, 꿀벌처럼, 장미나 제비꽃에 강하게 끌리기 때문에 향수를 판매할 때는 앞서 알아본

꽃의 노트에 주의해야한다. 각 향수 시장에 맞는 향을 조합해야 하는데, 여성의 머리카락 색깔과 피부색에 따라 일정한 기호의 향수시장이 형성되는 것으로 믿어지고 있다. 조사에 의하면, 금발은 미모사나 산사나무 향과 신선하고 톡 쏘는 향을 선호한다.

 빨간머리는 네롤리 향이나 인동덩굴 향과 자극적인 향을 좋아한다.

검은 머리카락을 가진 여성은 난초나 목련에서 풍기는 것 같은 관능적인 향에 끌린다.

갈색의 경우는 좀 까다로운데, 감미로운 라벤더 향에서부터 몽환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제비꽃 향에 이르기까지 그 선호의 폭이 넓다.

독일에서 특정한 성격 유형과 냄새의 기호 사이의 상관관계를 밝히기 위한 보다 객관적인 연구가

행해졌다. 외향적인 유형의 향수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사교적이고 유쾌하고 충동적인 성격을 보이는데, 오데 쿠주레나 오데 겔랑과 같은 신선한 냄새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었다.

 내향적인 유형의 향수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조심스럽고 신중하고 꼼꼼한 성격이 많은데, ‘샤리마’ 나 ‘아편’ 과 같은 동양적 향에 강하게 끌리는 경향을 보였다.

또한 정서적으로 외향성과 내향성을 모두 갖는 사람들은 ‘리브 고취’ 와 ‘미스 디오르’같은 무난하고 단순한 꽃의 향기를 선호했다. 이 테스트의 피험자들은 자신의 심리학적 유형이나 자신이 맡은 향의 이름과 브랜드 이미지 등을 전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실험에 참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험자들의 기호는 흥미로운 ‘냄새의 적성’ 유형으로 분류되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선택한 냄새의 서명은 증명사진보다도 정확히 자신을 드러내 주었다.

향수의 목적이 단순히 자신의 체취를 감추는 것이라면, 즉, 공공장소에서 냄새의 익명성을 유지하는 방편이라면, 자신에게 생소한 어떠한 냄새라도 상관없을 것이다. 또는 체내에서 생산되어 필요에

따라 차단제로 사용되어 온 여러 가지 은닉 물질들이 진화의 자연 선택에 의해 채택되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면 그런일은 일어나지 않는 것 같다.

 나폴레웅은 왕비 조세핀의 자연 그대로의 매혹적인 체취를 칭송하며 좋아했는데, 나폴레웅이 자리를 비올 때면 왕비는 많은 양의 사향을 사용해서 자신의 매력을 감췄다. 그런데, 그 향이 너무 독해서 왕비의 침실에 들어온 침모가 종종 기절하곤 했다고 한다. 너무 강한 향은 남녀를 막론하고 혐오감을 일으키지만, 이러한 냄새의 속임수에는 명백한 위험성이 존재한다. 냄새는 흔히 기대와는

다른 효과를 일으키는 복합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향수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혼동을 덜 일으키는 향을 선택하게 된다.

 대부분의 향수 구입자들은 자신의 선택 이유를 ‘그저 그 냄새가 좋아서’ 라고만 소극적으로 밝힌다. 그러나 향수의 선택에는 상당히 일관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향수 제조업자들은 내향적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아편 향을 판매하고, 겔랑 향은 보다 외향성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마케팅할 수 있다.

 이런 사실은 향수의 선택에는 치밀한 마케팅 뿐만 아니라, 생물학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을 가능성을 암시한다.

우리는 어느 정도 향수를 선택하는 무의식적인 능력을 가진 것처럼 보인다. 즉, 사회적, 문화적 검문소를 통과할 때 당당하게 내보일 수 있는 냄새의 통행증을 발급받기 위해 자신의 생화학적인 측면을 보충해주는 향수를 구입하는 것이다. 이러한 선택을 잘못한 사람은 냄새의 검문소를 통과하지 못하는데, 그는 옷에 대한 색채 감각이 없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곧 사람들에게 어색한 모습을 들키고

 만다.

향의 선택이 대부분의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비유하자면, 향수 포장의

전면에 굵고 크게 쓰인 문구가 아니라, 눈에 잘 안 띄는 곳에 깨알같이 쓰인 설명이 더 큰 영향을

주는 셈이다. 그 설명은 사람의 무의식만이 읽을 수 있는 화학적 암호로 씌어 있는데, 모든 것이

원래 그런 식으로 시작되었기 때문이고, 배란기에 엉뚱한 남자를 끌어들이거나 월경으로 인해 잡으려던 먹잇감을 놓치는 등의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여성은 자신의 생식 상태를 숨길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향과 관련해서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향수 세상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인기 있고 유명한 향수들은 모두 페로몬 적이라는 사실이다. 세상의 수많은 향기를 내는 천염물질들 중에서

 우리들은 단지 몇 가지만을 필수적인 향수의 원료로 사용하고 있다. 그것이 아무리 희귀하고 비싸더라도 이상하게 그 원료들에만 집착한다. 그 원료들은 모두하나의 강력한 무의식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향료가 성스러운 제례나 사회적 의식에서 사용되고 잇지만, 향이 가장 큰 의미를 갖는 것은

역시 섹스와 관련될 때다. 이는 우리가 일방적인 냄새와 마찬가지로, 향수에 대해 갖고 있는 양면적인 태도를 설명해 준다.

사실, 우리사람은 냄새를 풍기는 종족이다. 우리의 겨드랑이와 생식기 주변에는 냄새 분비선이 넓고도 조밀하게 분포되어 있다. 이 두 부분에만 털이 남아있어서 벌거벗었을 때 두드러지게 눈에 띤다. 가까운 친척관계에 있는 영장류에 비해서도 우리인류는 냄새 신호를 위한 장치가 잘 구비되어 있지만, 우리는 이런 사실을 단호히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