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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학&해부생리

쓰다듬어 주면 왜 행복할까?

쓰다듬어 주면 왜 행복할까

 1. 쓰다듬는 손길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에게 호의적인 눈길을 보내면 꼬리를 바짝 위로 치켜세우고

서스럼없이 가까이 다가온다. 그건 다름 아니라 쓰다듬어 달라는 몸짖이다.

그렇게 원하는 대로 해주면 고양이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는 듯 갸르릉 소리를 낸다.
 개는 턱과 목 부분을 쓰다듬어주면 꼬리를 살랑거리며 좋아하고 때때로 혀로

우리의 손을 핥는 것으로 보답한다.

 사람도 그와 다르지 않다. 그저 눈길로만 약속할 수 있었던 것을 몸과 마음 깊숙이

느끼려면 뭐니뭐니 해도, 쓰다듬어 주면 행복감이 피어오르고, 행복감은

나른한 황홀감을 가져다준다. 이런 점에서 개와 고양이도 사람과 아주 비슷하다.

 

이것은 어쩌면 진화의 역사로 보아 오래된 뇌의 구조가 모두 같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곳이 뇌섬엽(insula)이다.

쓰다듬었을 때의 느낌을 그곳에 전달하기 위해 자연은

어떤 특별한 길을 마련해 놓았을까.

그림 1) 뇌섬엽(insula, 그리스어로 '섬'이라는 뜻);

대퇴반구 외측 깊은 고랑에 덮혀있는 대뇌피질의 부분)

 

 2.행복을 전달하는 특별한 길

살갗은 우리 몸의 수분이 날아가 버리지 못하도록 덮여놓은 껍데기

노릇을 할뿐 아니라 아주 예민한 감각이기도 하다. 우리는 살갗을 통해 촉감,

온도, 통증을 느끼는데, 이런 느낌을 받아 들이는 더듬이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감각신경 섬유의 끄트머리인 말초신경이다.
 자극의 종류에 따라 '기계적 수용체', '온도 수용체' 그리고 '통증수용체'로

나누어 부르는 이들 수용체는 자신들이 받아들인 자극을 신경섬유를

따라 중추신경계로 전달한다. 누르고, 당기고, 간질이고, 진동과 같은 떨림 등

살갗에 닿는 자극은 몇 겹의 수초(피막)가 감싸고 있는

유수신경섬유(운동신경, 지각신경, 부교감신경을 구성)를 통해 전달된다.

 이것은 굵기도 굵거니와 수초가 보호하고 있어서 그러한 자극을 아주 빠르게 전달한다.

그래야만 위험을 경고해서 할 일을 제대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옆에 살갗 아래에서 척수로 이어지는 아주 가는 신경섬유가 있는데,

이것은 수초가 없기 때문에 정보 전달이 더디다(무수신경섬유), 그렇기 때문에 이 신경섬유는 전달받은 쪽에서 몹시 서둘러 반응을 해야 하는 종류의 정보를 전달하는 데는 알맞지 않다.
 살갗을 쓰다듬을 때의 느낌을 전달하는 일은 수초가 있는 고속도로 신경망인

유수신경섬유는 일체 관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얼마 전에

스웨덴의 한 과학자를 통해 확인되었다.
 그는 만성-재발성에 염증이 따르는 여러 신경병증 때문에 굵은 수초에

싸인 신경섬유를 읽어버린 여성환자의 경우 누르거나,

간지럼 또는 흔들림과 같은 자극을 느끼지 못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런데 이 환자의 팔뚝 부분의 털이 나 있는 살갗을 수채화 붓으로

부드럽게 쓸어주자 그 느낌을 알아차렸다.

 

 3. 행복의 섬 insula

 

살갗에서 내보낸 행복의 심부름꾼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핵스핀을 이용한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을 그대로 믿어도 된다면,

이 심부름꾼이 도달하는 목적지는 바로 뇌섬엽이다.

 

길이가 약 5cm의 타원형으로 뇌섬엽은 다른 부위와 뚜렷하게 경계가

나누어져 있으며 대뇌피질 위에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그 위에 자리 잡고

있는 다른 부위, 즉 전두엽, 두정엽, 측두엽같은 것을 떼어낸

다음에야 눈으로 볼 수 있다.
 뇌섬엽 앞쪽은 본능적욕구와 직접적으로 관계가 있는

"대뇌변연계"(limbic system;대뇌반구의 밑변과 안쪽에 해당하며 대뇌피질에 싸여 있다.

식욕이나 성욕 등 본능적이고 감성적인 행동에 직접 관여한다.

편도 체(핵), 해마 등이 포함된다. 시상하부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시상하부에서 받아들인 충동이 여기에서 통합된다.)와 맞물려 있다.

그림 2) 대뇌변연계(limbic sytem): 주로 본능적인 구뇌로, 의,식, 주를 담담하는

뇌로 감성을 나타낸다. 편도체는 제 1차 스트레스 반응을 보인다.

감당할수없는 스트레스를 저장하고 상기시킨다.


 살갗을 쓰다듬을 때 뇌에서 그 느낌을 처리하는 중추가 어느 것은 인지를

가려내는 데 쓰이는 것이 기능성 자기공명영상이다. 이것은 인체를 구성하는

물질의 자기적인 성질을 측정하여 컴퓨터로 재구성하는 것이다.

외부 자기장의 영향이 없으면 원자핵은 회전운동을 하는데,

회전의 축들은 규칙성없이 제멋대로 흐트러지게 된다.

그런데 자기장을 쪼이면 회전의 축들은 마치 막대자석에

쉿가루가 달라붙듯이 늘어서서 팽이처럼 그 중심 축 둘레를 돌게 된다. (핵스핀)
여기에 주파수를 가진 전자파(고주파)를 가하면 분자들의 에너지가 올라가고,

이어서 곧바로 고주파를 끓으면 처음의 수준으로 돌아가면서 받았던

에너지를 되쏘게 되는데(공명), 그렇게 되쏜 에너지를 측정하여

분자들의 숫자를 짐작할 수 있다.
 핏속에 담겨 있는 색소 단백질 중에서 산소를 포함하고 있지 않은

탈산헤모글로빈은 자기장에 반응하는 특징이 다르기 때문에(반자성 대 상자성)뇌에서

산소를 많이 쓰이는 곳과 적게 쓰이는 곳을 가려낼 수 있다.

뇌에서 산소를 남달리 많이 쓰는 경우는 바로 두개의 신경세포가

서로 연결되는 시냅스에서 정보전달이 이루어질 때다.
 fMRI연구에서 보면 살갗을 쓰다듬을 때 뇌섬엽의 특정부분인

앞쪽 세 군데와 맨 뒤쪽 한 군데가 반짝이며 빛을 내는 곳에 도착한 것이다.

사실 쓰다듬었을 때의 느낌은 수초에 싸인 유수신경섬유가 아니라

무수신경섬유를 통해 전달되며, 진동이나 간지럼 등과 같이 일반적으로

피부를 닿는 느낌과는 다른 것이었다. 이것은 fMRI를 통해 환자와

건강한 사람을 비교한 결과 확인할 수 있었다.

 

건강한 사람의 경우 붓으로 살갗을 쓰다듬어주면 뇌섬엽이 활발하게

반응할 뿐 아니라 그와 동시에 기계적자극에 대해 반응을 하는

대뇌피질의 감각영역조 함께 움직였다. 그런데 환자들에게서는

이 활동이 나타나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그곳으로 자극을 전달하는

신경망로가 망가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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