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 - 천사가 전해준 “황금사과”
우리가 흔히 믿고 있는 것과는 다르게, 헤스페리데스hesperides(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맑은 음성을 가진 처녀들로, 황금 사과들이 열리는 나무를 지켰다)의 정원에 달려 있던 ‘황금사과’는 확실히 오렌지와는 다른 과실이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어찌 되었던 오렌지가 유럽에 처음으로 도입되었을 때에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이 불멸의 과실 이야기 덕분에 대단한 위력을 발휘한 것이 사실이다.
복숭아나 살구처럼 오렌지도 중국에서 유럽으로 전파되었다.
이미 기원전 2세기경에 작성된 문헌에서도 중국에서 오렌지 재배가 아주 오래전에 시작되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유럽에서 복숭아와 살구재배가 로마 시대에 시작된 것에 비하여,
오렌지는 서기 1000년 무렵 아랍인들이 스페인을 통해 들어왔으므로 매우 늦게 도입된 셈이다.
게다가 이 무렵 도입된 것은 비터오렌지나무citrus bigaradia로서, 키가 작고 뾰족한 가시가 많이
달렸으며, 열매는 매우 시고 써서 과일로는 먹을 수가 없다, 그러나 맛있는 잼으로 가공이 가능했다.
10세기 경 아랍인들은 비터오렌지나무를 치료제로 사용했는데, 주로 열매의 즙을 약으로 사용했다. 뛰어난 화학자이기도 했던 아랍인들은 아마도 오렌지 꽃에서 그윽한 향이 나는 향수를 만들어내는 방법도 알고 있었으리라고 짐작된다. 그리고 아랍인에게서 유럽인들은 오렌지 꽃 오일의 증류법을 배운 것으로 추측된다.
등화유는 프랑스어로 네롤리neroli 라고 하는데, 이 이름은 플라비오 오르시니와 결혼해 네롤라nerola 공주가 된 ‘안 마리 드라 트레무아’ 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네롤라 공주는 17세기 유럽에
여러 가지 유행을 주도한 장본인으로, 비터오렌지나무의 일종인 베가못은 칼라브리아 지방(이탈리아의 남서부의 주)에서만 재배되었기 때문에 이 오일은 이탈리아를 통해 프랑스로 유입되었다.
베가못은 이탈리아 북부 도시인 베르가모의 이름에 파생되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베가못은
약간 신 맛이 나는 배의 이름이기도 한데, 소아시아 지방의 페르가모라는 곳에서 재배되기 시작한 품종이다. 따라서 배 이름에서 오렌지 이름을 지었는지, 아니면 그 반대로 오렌지 이름에서 배의 이름을 지었는지는 알 수 없다.
비터오렌지나무가 이탈리아 반도 남부 지역에 도입된 시기는 아마도 10세기 말엽으로 추정되는데, 아랍인들이 스페인에 전파하기 이전에 아탈리아의 시칠리아 섬에 먼저 이 나무를 심었던 것으로,
당시 팔레스타인 지역에 재배되고 있던 비터오렌지를 십자군이 가져다가 심은 것으로 추정된다.
오렌지 나무는 나무상자에 심어서 여름 동안에는 실외에서 기르며 겨울 동안에는 온실에서 기른다. 비터오렌지나무는 열매를 주로 먹는 오렌지나무의 비해 외양이 좀 더 촌스럽고, 아름답고 향기 좋은 흰색 꽃이 피므로 장식적으로도 매우 효과적이다. 가장 유명한 비터 오렌지 나무는 400년 이상 살다가 1858년에 죽은 베르사유 온실의 나무였다. 사람들은 이 나무를 대원수 또는 위대한 부르봉,
심지어는 프랑수아 1세라고 부르기도 했다.
나비라 왕국의 왕인 샤를 3세의 부인 엘레오 노르 드 카시티유가 1412년에 팜플로나에 심었던
이 나무는 유명한 부르봉 원수에게 선물로 바쳐졌으며, 이때부터 샹티이에서 자랐다. 1523년,
이미 수형 100년을 넘긴 이 나무는 자신의 왕을 배반하고 카를 5세와 손을 잡은 부르봉 원수의
다른 재산과 함께 프랑스 왕국의 소유가 되었다. 그래서 ‘대원수’ 오렌지 나무는 퐁텐블로로
옮겨졌다가, 루이 14세의 명에 따라 1684-1686년까지의 3년 동안 베르사유에 건설된 프랑스
최대의 오렌지 온실(오린저리라고 한다)로 옮겨졌다. 당시에 성주들의 대저택에는 의당 오렌지
온실이 마련되어 있으며, 겨울 동안에도 내내 봄 같은 기후를 유지하는 이 장소를 자랑하는 것이
유행이였다. 나무상자에 심은 나무는 5~10월에는 공원으로 옮겨져서 이국적인 풍광을 연출했으며, 특히 6-7월에는 그윽한 향기를 발산하는 아름다운 꽃을 감상 할 수 있다.
사람들은 비터오렌지 껍질에서 팅크나 시럽형태로 강장제나 건위제로 쓰이는 열매 껍질을
얻어냈다. 오렌지 껍질은 불쾌한 냄새가 나는 약들의 냄새를 없애는 용도로도 사용했으며,
향긋한 냄새뿐만 아니라 효능까지도 더해 주었다. 비터 오렌지의 잎은 매우 맛좋은 차로 활용되는데, 향기도 좋으며, 교감신경에 작용하여 마음을 가라앉히는 효능이 있어 불면증 환자에게 좋다.
과거에는 용액을 가루로 만들어서 간질환자에게도 처방했다. 간질환자들의 발작을 누그러뜨리고 빈도를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비터오렌지 꼅질은 ‘토닉’ 또는 영국, 미국에서 많이 발달된 소다수를 만드는데 쓰인다.
신부의 화환을 만들 때 아프로디테 여신에게 바쳐진 꽃이었던 도금양 대신 오렌지 꽃을 사용한
것은 이 꽃이 진정제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었을까? 아마도 그렇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보다는
오렌지 꽃이 신부인 어린 처녀의 순결함과 순진함을 상징한다고 보았을 것이다.
또 탐스러운 오렌지 과실에 가득하게 들어찬 씨앗은 다산성을 상징하는 바, 오렌지 꽃 역시 미래의 변영을 상징했다. 고대 중국에서는 어린 처녀에게 오렌지를 선물하는 것은 청혼을 의미했으며,
베트남에서도 과거에 젊은 신혼부부에게 오렌지를 선물하던 풍숩이 있었다.
그런데 비터오렌지 나무가 아니라 우리에게 달콤한 열매를 공급해주는 스위트오렌지나무citrus sinensis는 이보다 훨씬 늦게 도입되었다. 포르투갈 항해사들은 그들의 최초 동아시아 여행 때부터, 다시 말해서 16초반에 이미 중국에서 오렌지를 들여왔다.
맛있는 과일을 맛보게 된 것은 포르투갈 인 덕분이라고 유럽인 말한다. 그 결과로 유럽의 많은
나라들은 지금도 스위트 오렌지를 포르투갈 오렌지라고 부른다.
스위트 오렌지는 포르투갈에서 스페인, 이탈리아를 거쳐 중부 유럽으로 차츰 전파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스위트 오렌지가 전파되는 동안 아랍인들은 새로운 종류의 오렌지를 알게 되었고,
중세 무렵 14세기부터 이것 또한 스페인과 아프리카북부 지역에 전파했다.
오렌지를 뜻하는 스페인어의 naranja는 아랍어 narand가 변형된 것이며, narand는 페르시아어의 nagranga에서 파생되었다. 궤적을 따라가 보면, 오렌지가 동쪽에서 서쪽으로 점차 확산되어왔음을 알 수 있다.
프랑스어에서 Orange라는 단어가 상용되기 시작한 것은 16세기 일로, 언어학자들에 따르면
이 단어는 고대 이탈리어의 melanracia, 즉 사과를 나타내는 mela와 arancia가 합성되어 만들어진 말에서 파생되었다. 그러므로 이 말은 프랑스에서 Orange라는 단어가 사용되기 전인 1300무렵부터 쓰이던 pomme d' orange, 즉 문자 그대로 번역한다면 “오렌지 사과” 를 뜻하는 말과 뜻이 일치한다. 이 단어는 아마도 이탈리아에서 전해져서 주로 약용으로 쓰였던 최초의 비터오렌지를 지칭하는 말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혹시라도 프랑스 조상들은 Orange라는 음에서 황금을 나타내는 or와 천사를 나타내는 ange 라는 음을 따로 듣지는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헤스페리데스 정원의 황금사과처럼 하늘에서 천사가 내려주는 희귀하고 신비스러운 과일로 생각하지 말란 법도 없다. Orange라는 말이 16세기 무렵부터 일상적으로 통용되었다는 사실은 바꿔
말하면 이 무렵부터 일상적으로 통용되었다는 사실은 바꿔 말하면 이 무렵부터 프랑스 남부 지역에서 오렌지 재배가 시작되었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1564년 카드린 드메드시스가 그녀의 아들인
샤를 9세와 프로방스 지역을 방문했을 때 오렌지 재배 광경을 보고 몹시 경탄해마지 않았다는
기록도 전해진다. 오렌지들은 수확됨과 동시에 포르투갈에서 큰 배에 가득 채워져서 노르망디
해안 항구까지도 운송되었다. 물량이 엄청나게 많았기 때문에 오렌지는 굉장히 싼값에 거래되었다.
하지만 몇몇 특혜를 누리는 지역을 제외한 프랑스의 나머지 지방에서 오렌지는 여전히 귀하고 비싼 과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바로 전세기까지만 하더라도 오렌지는 귀한 선물로 여겨졌다.
그러나 국제적인 운송수단의 발전과 더불어 오렌지 소비는 대중화 되었고, 산지가 다양해지면서
오늘날에는 스페인과 아프리카북부뿐만 아니라 캘리포니아에서 수입되기 때문에 거의 1년 내내
오렌지를 먹을 수 있다. 그런데 오렌지가 이처럼 인기를 얻게 된 데에는 과일주스 생산공장의 발전이 공헌한바가 크며, 건강식의 선풍적인 유행과 더불어 오렌지가 비타민 C의 보고로 알려진 또한
크게 기여한다. 비타민 C는 특히 겨울철에 중요한 기능을 한다. 그런데 이는 새로운 발견이라기보다 그동안 잊고 있던 사실을 재발견한 것이라고 해야 타당하다. 왜냐하면 17세기에 이미 저 유명한
니농 드 랑클로(프랑스의 유명한 사교계의 여성)가 매일 오렌지를먹으면 젊음을 유지 할 수 있다고 주장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스위트 오렌지는 자연 상태에서 발견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마도 뛰어난 수목 재배자인 중국인들의 끈질긴 연구에 의해 선택되었거나 변형된 종자였을 것이다. 그런데 고대 중국인들은 현대인들과 달리 슬기롭게도 자연 상태에 존재하던 모든 종류를 그대로 재배하기도 했기 때문에 오늘날 약용이나 향수 생산용으로 매우 유용한 비터오렌지와 맛이 좋은 과일을 주는 스위트오렌지 두 종류를
모두 살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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