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 그 은밀한 유혹
샤넬 No. 5 가 뇌 찾아가기
향기는 정열을 표현하는 위험한 수단 중 하나다.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향수”에 등장하는 가엾은 주인공 그루누이가 끝내 다다른 것이 바로 이러한 깨달음이었다. 남달리 뛰어난 후각을 갖고 태어난 그의 몸에서는 아무런 향기를 피워낼 수 없는 그루누이, 그는 주변 사람들의 사랑을 얻기 위해 아무도 그 향기에서 벗어 날 수 없는 향수를 만들어 내려고 한다. 그러나 그의 노력은 끝내 비극으로 막을 내리고 만다.
그렇게 해서 얻어낸 사랑이라는 것이 향수를 향한 것이지 결코 본연의 자신에게 끌린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몸과 마음으로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을 유혹하기 위해 향이 나는 물질을 이용한 것은 자연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되었고, 무엇보다
동물과 식물세계에서는 널리 펴져있다. 향수란 향기가 나는 물질 몇 가지를 섞어 인위적으로 특정한 향기를 만들어낸 것이다. 오늘날 향수에 쓰이는 밑 재료는 식물 추출물이다. 향 물질을 화학적으로 합성할 수는 있지만, 이익이 나지 않아 경제적 가치가 없다.
오늘날 향기는 수많은 산업분야에서 사업전략으로 꼽히고 있다. 차, 담배, 비누와 세제 등을 제조하는 회사 는 물론이고 백화점과 같은 대형 판매점에서도 야채와 고기와 같은 식품코너에서 신선한 레몬 향으로 환기시키는 전략을 쓰고 있다.
우리 몸에서 냄새를 맡는 기관은 굉장히 예민하고 민감하다. 맛을 느끼는 미각신경을 통해 소금기를 가려내려면 소금이 적어도 물 1리터 당 1g 정도 있어야 하지만 향은 공기와의 비율은 지극히 아주 적은 양으로도 알아낼 수 있다. 향료 전문가들이나 소물리에(포도주에 200가지가 넘는 향 물질이 들어있다고 한다) 타고난 감각과 노력에 따라 냄새를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이 탁월하다.
코에서 뇌로
물질은 분자무게가 300돌턴 (dalton: 원자의 질량단위로 1돌턴은 산소 원자량의 16분의 1도 않되는 휘발성 기체 화합물이다. 이것은 공기의 흐름과 더불어 콧길(비도을 따라 양쪽 코중격의 천장에 있는 후각상피에 가 닿는다. 거기서 약 5천만 개의 후각세포로 이루어진 양극신경세포와 만난다. 이 신경세포의 수상돌기들은 후각상피 표면에 자리하고 있는 점막으로 이어져있다. 그 신경세포 말단에는 저마다 특별한 수용체들이 있어서 그 점막 층에 녹아 있는 향기물질과 결합하는데, 수용체들과 향기물질이 만나면서 전기자극이 일어난다. 이 전기자극은 뇌로 이어지는 후각신경세포의 축삭돌기를 타고 후각경로의 두 번째 승모세포로 전달된다. 숫자를 볼 때 승모세포가 후각세포보다 휠씬 많기 때문에 후각신경세포 여러 개가 모여 하나의 승모세포로 이어진다. 이때 후각신경세포 중에서 성질이나 수용체의 특징이 같은 것끼리 모여 승모세포를 자극하는데, 이것이 후각신호를 눈에 띄게 강화하게 되고, 강화된 신호가 마침내 후각로(후삭)를 거쳐 후(각)뇌에 다다르게 된다.
후각을 처리하는 후뇌는 계통발생학적으로 볼 때 뇌에서도 아주 오래된 부분에 속한다. 편도핵(체)과 같은 대뇌변연계의 요소들을 담고 있는가 하면 향기에 매혹되는 것과 같이 냄새에 대한 감정적인 반응이 맨 처음 이루어지는 곳이다. 냄새들을 가려 확인하는 작업은 대뇌피질에서 이루어지는데, 받아들인 냄새의 이미지를 기억에 저장되어 있는 냄새의 유형들과 비교하는 것이다. 냄새에 대한 기억은 깊이 아로새겨져 오래도록 남는다. 이를 ‘프루스트 효과’라고 하는데,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이름을 딴 것이다. 이 소설에서 1인칭 서술자는 냄새에 대한 이미지를 통해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울린다.
문자처럼 읽어내는 냄새
요즘 이루어진 유전자 분석을 믿어도 좋다면 사람의 유전자 중에서 냄새 수용체에 관여하는 유전자의 수가 906개라고 한다. 그러나 그중 60% 이상이 거짓 유전자, 그러니까 진화 과정에서 돌연변이를 통해 그 기능을 잃어버린 것들이라고 한다. 따라서 냄새를 맡는데 이용되는 유전자는 전체 유전자의 2%정도인 셈이다. 생쥐의 경우 냄새를 맡는데 관여하는 유전자 수가 1,296개 이며, 그 가운데 거짓유전자는 20%정도다. 인간이 필요성이 적었던 까닭에 설치류보다 냄새 관련 유전자들을 더 많이 잃어버린 것이다.
사람이 이용하는 냄새 수용체는 약 300여가지 쯤 된다. 향수업계에서 이른바‘코’로 통하는 전문가들은 약 5천가지 냄새를 가려낼 수 있다고 한다. 도대체 말도 되지 않은 이런 주장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 까? 후각상피에 있는 약 5천만 개의 후각세포들은 저마다 수용체를 하나씩만 만들어낸다. 그런데 그 수용체 하나에 어떤 냄새물질들은 강하게 밀려들고, 또 어떤 것들은 덜 밀려드는 가하면 전혀 다가가지 않는 것도 많다. 그러니까 수용체에는 저마다 친화력의 세기가 서로 다른 향기물질들이 달라붙는 것이다. 그래서 수용체들은 각자 다른 냄새물질에 흥분하여 그것을 뇌에서 마치 그림처럼 해석하게 된다. 이 그림을 해석하는 과정은 문자를 읽는 것과 견줄 수 있다. 수용체들은 저마다 하나의 문자처럼 늘어놓으면 흥분으로 만들어진 무니를 따라 관련된 문자들이 순서대로 나타나고, 그것이 합쳐져서 하나의 향기 또는 하나의 낱말로 나타나는 것이다.
냄새 맡기, 같은 종을 지켜가기 위한 장치
냄새를 맡을 수 없는 경우를 일러 후각상실증(anosmia) 또는 무후각증이라고한다. 이런 증상은 정신적 외상(쇼크)으로 나타나거나 아니면 타고나는 것이다. 이 병을 직접 경험한 환자들은 냄새를 맡는 감각을 잃는 것은 세상전체가 무너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이것을 남달리 인상적으로 묘사한 책이 있는데, 신경의학 교수인 ‘올리버 색스’ 가 쓴 “아내를 모자로 착각하는 남자‘이다. 이 책은 뇌신경에 이상이 생긴 한 음악가가 겪게 되는 이상한 증상들에 대해 쓴 것이다. 주인공은 자기 발과 구두를 구별하지 못하고 소리가 들리지 않을 경우 심지어 아내를 모자라고 생각했다.
후각상실증을 보이는 유전적 질병인 ‘칼만 증후군’을 통해 후각과 시상하부 안에 있는 성호르몬 통제소가 계통발생학적으로 기원이 같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태아가 성장하는 동안 후각기원판(외배엽의 단단한 부위에서)에서 성선자극 호르몬 분비호르몬 신경세포들이 나와 후구를 거쳐 시상하부로 옮겨간다. 그리고 거기에서 성선자극 호르몬 분비 호르몬이 분비되어 뇌하수체에서 생식샘 자극호르몬이 분비되는 걸 조절한다.그런데 이 신경세포들의 이동을 조절하는 것이 아노스민(anosmin)이라는 분자인데, 재미있는 것은 이것이 후각상피에서 신경돌기가 뻗어나가는 것도 통제한다는 것이다. 유전자가 잘못되어 아노스민이 없을 경우 냄새를 맡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생식샘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으므로 생식능력 마저 잃게 된다.
후각기관과 성호르몬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셈인데, 이를 증명하는 또 다른 사실이 바로 여성들끼리 오래같이 살다보면 월경주기가 같아진다는 것이다. 이것은 여성이 아포크린 땀샘에서 분비되는 물질(페로몬)에 서로 노출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페로몬은 같은 종끼리 서로 의사소통을 하는데 사용되는 물질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놀라운 사실이 최근에 밝혀졌다. 다름 아니라, 정자에 후각수용체가 있다는 것이다. 정자는 이 후각수용체를 이용해 난세포로 가는 길을 찾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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